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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본당 사목지침

2024년 주엽동성당 사목 걸음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 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2코린 2, 15)
그리고 세 번째는 청소년 청년 사목입니다. 코로나 이후 대다수의 본당들이 청소년 청년 사목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부임해서 청소년부 미사에 헌금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또 교리 교안 작성을 할 줄 모르는 교사들을 보며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까 걱정이 앞섰지만 부주임 신부를 믿고 맡겨두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코로나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어려움은 여전하기에 청소년 사목에 대한 두려움이 막연하지만, 그러나 분명 믿음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새로 임명된 청소년분과장과 분과위원들은 제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기대하십시오.” 든든한 후원자를 넘어 청소년과 어린이 사목에 진심인 분과위원들의 호언에 올해 기대가 큽니다. 비계를 줄인다는 의미로 숫자적인 예산이 줄었지만, 본당 단체 예산에서 50%를 차지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청소년분과가 교구장님의 바람대로 단지 행사 위주가 아니라 ‘미사와 신앙’ 중심의 사목을 펼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렇게 신앙으로 나아가는 사목이라면 더한 지원도 받을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동체’는 교회 공동체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불러올 파멸적 재앙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 대해 찬미를 드리면서도 정작 그 준비에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본당은 작년부터 생태평화분과를 신설하였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책들을 분과위원들과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갈수록 증폭되나 교구장님께서 말씀하셨듯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깨어 있고 함께 걸어간다면, 세상이 변하지 않아도 우리는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구장님의 사목방향에 더해 본당공동체는 늘 그래왔듯이 영적 생활을 깊이 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할 것입니다. 올해엔 성령기도회에서 주관하는 성체신심 세미나를 통해 교우들의 영적 삶을 심화시키고, 성경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저 역시 성경공부반을 신설하여 주님의 말씀과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갑진년. 청룡은 강하고 진취적이며 봄을 상징하고 모든 생명 탄생을 관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모든 면에서 부활을 닮았습니다. 올해 주엽동 공동체의 모든 성도들이 주님 안에서 깨어 일어나 새롭게 거듭나는 부활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로, 또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로 여러분의 힘을 북돋아 주실 능력이 있는 분이십니다.”(로마 16, 25) “홀로 지혜로우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로마 16, 27)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으로서 사제로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도록 주엽동 공동체에 파견받은 사제 라우렌시오가 교우들께 인사합니다. 의정부교구의 으뜸 성도들로서 하느님께 사랑받고 고귀하게 쓰임 받는 주엽동 형제자매들에게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가득 내리기를 빕니다.
제가 주엽동에 부임한 지도 벌써 1년을 넘어 2년째에 접어듭니다. 시집오듯 낯설게 찾았던 주엽동 공동체가 이젠 제 집으로 익숙해지고, 그렇기에 조금씩 주님의 사랑받는 교회 공동체로서 자리를 잡도록 키를 잡고 열성을 다해 복음의 노를 저어 볼까합니다.
퇴임하시는 교구장께서는 네 가지 방향을 잡아 우리에게 사목방향을 제시하셨습니다. 1.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환대의 공동체 2. ‘성찬례’를 살아가는 공동체 3. ‘미사와 신앙’ 중심인 청소년 청년 공동체 4.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동체 이에 본당 일선에서도 그 사목에 발맞춰 사목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환대의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의 핵심입니다. 늘 우리를 기다리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들이 모든 이들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사에 오면서, 그리고 이미 와 있는 이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천주교는 냉랭해’라는 인식을 스스로 깨뜨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울러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이들을 친절하게 대하며 바로 그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들임을 알고 맞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사회사목분과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우리의 도움이, 그리고 교회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계신 지 살피고 함께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 성찬례를 살아가는 공동체는 신앙인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세례는 우리를 예수께서 계신 자리로 이끌어 줍니다. 그 세례를 받아 사도들의 무리에 속하게 된 우리는 성찬례로 예수의 현존 안에서 함께 먹고 마시는 “사도적” 시간에 동참하게 됩니다. 바로 이 때문에 오랜 세월을 이어 오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들이 했던 주장, 곧 자기들은 부활하신 예수와 함께 먹고 마신 사람들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성찬례에 참여함으로써 내가 그리스도의 성찬례에 초대받은 사람이며 주님과 사도들에게 환영받는 사람이요,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성찬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내가 너희를, 그리고 너희들을 원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얼마나 복된 일이고 감사한 일입니까?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그 복됨의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빅토리아 여왕은 부활절 성찬례에 참석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슬픈 예식으로 기쁨 가득한 날을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합니다. 성찬례를 거행하는 방식을 우리가 바꿀 수 없더라도 그 예식에 참여하는 우리의 마음은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성찬례에 기쁘게 참여하며 주님의 잔치에 초대받았고, 그 잔치에 참여한 자로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예수께서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요한 4, 32)고 말씀하신 것처럼, 남모르는 양식을 먹은 자들로서 남들이 모르는 기쁨으로 가득 찬 삶으로 그 기쁨을 살아내는 공동체가 되도록 합시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주엽동성당
주임신부 조 성 호 라우렌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