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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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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5-12 23:50

부활 6주 수요일

2,665
김오석 라이문도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 16,13)

 

우리가 지금은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1코린 13,12)

신앙의 여정이란 안개 자욱한 오솔길,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캄캄한 어둔 밤을 걷는 여정과 비슷하다. 세상 만물에 하느님의 손길이 스며있다고는 하지만 하느님은 인간의 오관으로 감지할 수 있는 물적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눈을 뜨지 않고서는, 영적인 깨달음을 득하지 않고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확신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오직 진리의 성령께서 온전히 우리를 감쌀 때라야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앎을 얻을 수 있다.

 

오늘 독서인 사도행전에서 진리의 영에 감싸인 바오로 사도는 아레오파고스 광장에서 아테네 시민들에게 복음을 선포한다. 지적 문화적 자존심으로 콧대 높은 그리스인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논리와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고와 세계관을 확고하게 지닌 이들을 논리적 설득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현실적 물질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영적이며 신앙적인 절대자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꽉 막힌 단단한 콘크리트 벽도 우리가 전력을 다해 힘을 가하면 미세한 울림이 있게 마련이다. 오늘 의회 의원인 디오니시오와 몇 몇 사람이 바오로 편에 가담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성령이시다. 우리 안에 계시는 그분의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다. 우리는 나의 삶이 신앙적으로 철저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설복시킬 지식과 말재주가 없음을 걱정하면서, 복음 선포를 꺼려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내 안에 계시는 진리의 영을 믿고 복음 선포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 분께서 하시는 일임을 의식적으로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물론 그 열매도 내가 맺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맺어주시는 것임을 믿고 맡겨야 한다.

 

두려움을 떨치고 시도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복음 선포는 말이나 지식보다는 부활의 기쁨을 사는 우리들의 따스한 미소와 친절, 그리고 나눔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성령의 선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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