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5-08 23:12

부활 5주 토요일

2,240
김오석 라이문도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요한 15,18)

 

사람의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한 가지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욕구다. 찬사와 존경을 받고 명예를 얻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공동체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인정받는 것이 숨 쉬고 살 이유가 되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세상은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 예수님 당신은 세상의 미움을 받는 존재라는 선언이다.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의 미움을 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기시미 이치로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에서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의 안색을 살피면서 사는 인생이란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고 그런 삶은 자유가 없는 삶이라고 말한다. 단적인 표현으로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한다.<같은 책 p186>

 

세상 모든 사람에게서 칭찬을 듣고자 노심초사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그런 일이 당신에게 가능하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가짜다. 더구나 당신이 예수님의 제자를 자처한다면 더 더욱 그렇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날 지지하고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이 사람들의 기본적 바람이지만 일찍 꿈 깨는 것이 좋다. 그런 일은 없다.

 

예수님도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 온 살아있는 빵이요, 세상에 생명을 주는 당신의 살이라고 생명의 빵에 대해 가르쳤을 때, 당신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이 되돌아가고 열두제자만 남았던 일도 있다.(요한 667절 참조)

가난한 이를 편들고, 아픈 이들의 치유자요, 과부 세리 창녀 등 소외받던 이들의 친구였던 예수님은 결국 성전 정화 사건으로 이스라엘 지배층의 미움 받는 표적이 된 후 수난 받고 고통스럽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예수님은 참 자유인이셨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복음의 가치를 삶의 현장에서 살아낼 때 죄악으로 만연한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자처하면서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참되게 예수님의 말씀을 살아내는 공동체라 말할 수 없다.

세상한테 미움 받지 않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오늘 복음이 그 답을 준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요한 15,19) 예수님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세상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님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지.

 

나는 어떤가? 어디에 속해 있는가? 아직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가?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