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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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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5-07 00:36

부활 5주 목요일

2,197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 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10)

 

예수님께서 드디어 사랑을 말하시기 시작한다. 사랑하라는 명령이다. 적당히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권고사항이 아니다. 꽃이 나비에게 돈 받고 꿀을 내주지 않듯 그렇게 댓가 없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사랑에 머무르듯,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 사랑에 머무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계명과 예수님의 계명은 모두 사랑하라는 것이다. 결국 사랑을 통하여 사랑 안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나의 구체적인 행위로서의 사랑이 사랑이신 하느님, 그리고 예수님을 지금, 여기에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나의 사랑의 결단이 누군가의 손을 잡아 일으킬 때 바로 거기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는 것이다.

발생하는 사랑이신 하느님! 나의 사랑이 사랑을 있게 하고 사랑이 있음으로 나는 사랑 안에 머물게 된다는 신비를 체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함으로써 사랑 안에 머물게 되는 인생은 기쁨 충만한 삶을 살 것이라는 약속이다. 사랑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나의 사랑이 사랑을 있게 함으로써 사랑 안에 머무는 그 삶이 바로 기쁨이라는 것이다. 사람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기쁨, 즉 십자가를 지고 걷는 가시밭길에 샘처럼 솟구치는 역설의 기쁨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는 법이라고 <러브스토리>는 전한다. 맞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고맙다.’는 말도 필요 없다. 내 손이 내 발을 씻겨 주었는데 발이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까닭은 입이 없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하나로 일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랑 안에 서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는 굳이 미안하다, 고맙다.”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랑 하나 마음에 키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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