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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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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5-06 01:13

부활 5주 화요일

2,454
김오석 라이문도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같지 않다.”(요한 14,27)

 

믿음 생활로 뭔 원하는가? 세파에 찌는 내 심신의 위로인가?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해달라는 축복의 기원인가? 마음의 평안인가? 과연 그 정도면 되는 것인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은 하느님 나라다. 정의와 공정, 사랑과 나눔이 충만한 하느님 통치의 세상을 선포하시고, 그 나라가 이 땅에 오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주님의 기도)

세상은 부패했고 부조리하고 부정직하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은 시름과 눈물에 날이 저물고 날이 새는데, 난 그저 나의 믿음 생활로 하느님의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그만인가? 하느님을 쩨쩨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내 마음의 고요함, 평온함, 우리 가족의 편안함을 의미하는 그런 평화가 아니다. 온갖 불의와 부정을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일로 치부하고 모르는 체, 못 본 듯이 눈감고 외면하여 누리는 마음의 평안 같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예수님께서 주는 평화는 세상에 나가 복음의 가르침대로 살다가 부서지고 얻어터지고 눈물이 나고, 피가 나고 그래서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은 기쁨이 내면을 채울 때 누리게 되는 그런 평화가 아닐까?

 

겁나고 비굴해서 미처 실행하지 못하고 늘 말만하는 내게 신부님! 그런 말좀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지 마시길... 별로 말한 것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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