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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4-29 00:45

부활 4주 수요일

2,433
김오석 라이문도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2,46)

 

미사 시간에 신자들 자리를 잡고 앉는 모습을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특히 주일 저녁 9시 미사는 신자들이 뒷좌석을 참 좋아한다. 제대 앞은 마치 하트 모양(삼각형)으로 휑하니 자리가 빈다. 왜 그럴까? 미사 때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면서 왜 사람들은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려할까? 예수님을 빛이라고 고백하면서 왜 사람들은 빛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예수님이 너무 밝은 빛이어서 어두운 곳이 많은 약하고 부족한 존재인 보통 사람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신심이 깊지 못하고 신앙에 열성적이지 못하기에 본능적으로 좀 거리를 두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뭔가 켕기는 것이 있던지... 구역미사 때 한사코 앞좌석으로 나오는 것을 꺼리는 신자들에게 농담으로 던지는 멘트가 있다. “뒤에 숨는 사람은 죄가 많이 있든지 아니면 교무금을 쪼금 내는 사람들이라고...”

 

사람이 어둠 속에 머문다는 것은 아무도 자기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악한 일을 하여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 빛 가운데 머문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타오르는 눈길을 의식하며 삼가 조심스럽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군자는 반드시 혼자 있을 때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언행을 조심하고 삼간다는 의미의 신독(愼獨)이 바로 그것이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그 찬란한 밝음 안에 머무는데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쏟아지는 빛 가운데서도 밝은 세상을 누리느냐 어두운 그늘을 만들며 사느냐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물론 빛이 없으면 그늘도 없다. 그러나 그늘을 만드는 것은 빛이 아니고 빛을 가로막는 사물일 뿐이다. 우리가 빛을 가로막는 그 무엇이 되어 항상 그늘만을 만든다면, 그래서 세상을 어둡게 한다면 가슴 아픈 일이다. 온통 나를 비움으로써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빛을 투과시킬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순수하고 맑게 해 늘 티 없는 밝음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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