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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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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4-26 18:21

부활 4주일(성소주일)

1,302
김오석 라이문도

부활 4주일인 오늘은 착한 목자주일이라고도 합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이 당신 자신을 가리켜 착한 목자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은 이 착한 목자의 음성을 잘 알아듣고 자신의 모든 것을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나라를 위해 살겠다고 성직자,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소주일이기도 합니다.

 

성소라는 말은 거룩할 성, 부를 소’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넓은 의미로 보면 신앙인들은 모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하느님의 정의에 따른 통치가 이뤄지는 하느님나라를 건설을 위해 투신해야 할 소명에로 우리 모두 불리움 받았습니다. 오늘 성소 주일은 바로 이 원천적 소명에 대한 숙고와 고민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촉구입니다. 이런 고민과 함께 현재 각자의 신분적 직업적 특성을 통해 어떻게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나의 소명이 발휘되고 드러나고 있는가 하는 반성에로 초대하는 것이 오늘 성소주일의 일반적 보편적 의미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오늘을 성소주일로 지내는 구체적인 목적은 하느님의 도구로 교회에 몸 바쳐 헌신할 사제성소와 수도성소를 더욱 풍성하게 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아브라함과 모세와 예언자들을 부르셨고 또 마리아와 사도들을 부르셨듯이 오늘도 교회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부르시고 계십니다. 그분의 음성을 알아듣고 하고 응답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구원의 역사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으로 엮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할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일에 몸 바쳐 투신할 일꾼들이 필요합니다. 진리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며 증거할 사람이 없을 때 교회는 세상의 빛이 될 수 없습니다. 일찍이 바오로 사도는 들어야 믿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말씀이 있어야 들을 수 있다”(로마 10,17)고 하셨습니다. 전 존재를 바쳐 헌신할 일꾼이 없을 때 교회의 생명력은 시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가 짠맛을 잃지 않고 또 그 빛을 발하기 위해 신심 깊고 사랑이 충만한 심성을 지닌 많은 성소 지원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런 젊은이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그들은 모두 혼인 성소를 키우고 있는 여러분의 가정(평신도 가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아주 평범하지만 엄연한 진리입니다. 쉽게 말해 자녀가 없는 사제인 저는 못합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했습니다. 복음의 말씀대로 사는 거룩한 가정이 성소의 밭입니다. 항상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신앙의 기쁨이 넘치는 가정이 성소의 원천입니다.

 

예수님은 착한 목자이십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이 생명을 얻게 하고 더욱 풍성하게 하려고 밤낮으로 애쓰고 자기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헌신합니다. 이처럼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희생과 헌신은 십자가의 죽음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착한 목자는 수많은 양떼 속에 가려진 한 마리 양의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외면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한 마리 양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시기 위해 당신이 상처 입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목자는 예수님 밖에 없습니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분의 뒤를 따르는 양들입니다. 교황님과 주교님들 그리고 모든 사제들 역시 예수님을 따르는 양떼 중 한 사람입니다. 다만 그들은 백성들 중에서 선택되어 착한 목자의 모범을 따라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를 쓰며 자기들에게 맡겨진 양떼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협조자일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앞장서 가시는 예수님을 따라 푸른 풀밭과 시냇물을 그리며 함께 걷는 나그네입니다. 그러나 때로 착한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지 못하고, 내 멋대로 대열에서 벗어나 어두운 산길을 방황할 때도 있습니다. 대열에서 벗어나면 덫에 걸리거나 맹수의 밥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착한 목자의 음성을 잡아내는 고성능 안테나 한 개를 마음에 간직하고 그 안테나의 예민한 떨림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나 깨어있어서 잠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매 순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단 한 줄이라도 매일 성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그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성소 주일을 맞아 우리 각자에 주어진 하느님의 소명에 대해 묵상하며, 아울러 우리 교회가 늘 활력이 넘치도록 성소자가 풍성하게 배출되기를 열망하는 기도를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 바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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