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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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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4-23 23:55

부활 3주 금요일

2,276
김오석 라이문도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요한 6,54)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로마제국 지배하의 초기 그리스도교는 심한 박해를 받았다. 당시 로마 제국에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나쁜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다. 바로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의 고기를 먹는 식인종이요, 사람의 피를 마시는 흡혈귀란 소문이 그것이었다. 이는 순전히 성체성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생겨난 소문이었지만 사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운운하는 오늘 복음 말씀이나,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그리고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마셔라. 이는 내 피다.”라고 하는 성찬제정문 등을 신앙을 갖지 않은 외부인이 듣게 되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당신의 살을 먹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하며 말다툼을 벌인다.

 

오늘날 예수님의 이 말씀들은 미사에서 그 분의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심으로서 이뤄진다. 우리는 미사에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며 세상에 생명을 주시는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살아가게 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54)”,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56).”

영원한 생명은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이 우리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영원한 생명은 주님과 우리가 갈림이 없이 하나가 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일치는 성체성사로 구체화된다. 미사에서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시는 것은 생명의 주님을 모시는 것이요, 주님과 하나 되어 영원히 사는 것이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체성사를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헌장 11)이라고 선포하였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시작이요 정점이며 마침이라는 뜻이다.

 

본당에서 수요일 저녁에 회합하는 레지오 단원들에게 저녁 미사에 참석한 뒤 회합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으나 잘 되지 않고 있다. 예전에 저녁 미사가 7시에 있었을 때 레지오 회합이 8시에 시작했던 것을 상기하면, 8시 미사 참석 후 830분에 시작하는 레지오 회합에 참석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귀찮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성찬례가 그만큼 우리 가톨릭 신앙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원천과 정점을 외면하고 그 어떤 것으로 보충할 수 있을 것인가?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그분과 하나 되어 영원한 삶을 살게 되는 미사에 좀 더 많은 신앙생활의 비중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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