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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4-18 21:55

부활 2주 토요일

2,281
김오석 라이문도

그 때에 큰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높게 일었다.”(요한 6,18)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큰 바람이 불고 물결이 높게 일면, 배는 기우뚱거리고 파선의 두려움에 직면한 제자들의 노 젓는 동작은 더욱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빵의 기적 후 남은 빵이 가득 담긴 광주리가 열두 개나 바로 옆에 있어 제자들의 마음은 풍요롭고 걱정 없으나 당장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려면 쉬지 않고 계속 노를 저어야만 한다.

 

제자들은 바로 우리이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이란 예고 없이 풍랑이 이는 갈릴래아 호수와 같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는 아무 걱정 없을지라도 때로는 삶에서 겪는 풍랑의 파고가 너무 크고 강력해서 단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좌절과 의욕 상실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힘겨울 때일수록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서 한밤중에 이를 때 까지 거친 풍랑에 지지 말고 쉬지 않고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와 바람, 태풍과 큰 파도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세례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 복음적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에 고난과 고통이 없다는 보증을 받은 것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십자가를 바라보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제자됨의 의미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오늘 예수님은 풍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제자들에게 오셔서 말씀하신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풍랑이 고달프기는 하지만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난에 처한 제자들을 향해 물 위를 마다않고 척척 걸어오시는 예수님이 계시고 예수님과 함께라면 어떤 풍랑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끝 부분에서 이렇게 전한다.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에 모셔 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요한 6,21)

 

비와 바람, 태풍과 파도가 없기를 기도하는 것은 올바른 신앙인의 태도가 아니다. 한평생 살아가며 질병치레 한 번 안하고 살아가길 바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참된 신앙인의 마음에 파고드는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두려워 마라! 물론 네가 두려워하고 있는 일들이 너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 인생의 배에서 노 젓기를 중단하지 않고, 다가오는 예수님을 두려움 없이 내 배 안에 모시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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