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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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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4-17 07:28

부활 2주 금요일

2,237
김오석 라이문도


여기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요한 6,9)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5천명 쯤 되는 사람들을 먹이고도 남는 것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한 놀라운 기적을 행하셨다.

 

필립보는 많은 군중을 먹이려면 이백 데나리온 어치 빵으로도 충분치 않다며 걱정을 하였고, 안드레아는 간신히 찾아낸 어린 아이가 가진 보잘 것 없는 현재의 소유에 대해 회의와 의심 그리고 좌절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계산하는데 재빠른 필립보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머리 속에 수많은 숫자를 대입하여 현실의 문제를 재단하고 걱정하고 포기하고 결국 이기적 자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본다.

 

안드레아의 말 속에서 예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삶 가운데 널려있는 결핍과 어려움에만 집중하여 신세 한탄에만 열중하는 믿음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불안과 불평을 본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의 보잘 것 없음에 좌절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비관적 삶의 태도를 본다.

 

가지고 있는 현재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늘 마음속에 담고 살았으면 좋겠다.

 

참으로 소중한 삶의 가치는 현재 내게 주어진 그 모든 것을 손에 들고 하늘을 향하여 감사를 드림에 있다. 거기서부터 삶은 시작되고 그렇게 시작된 삶은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은 희망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이 된다.

 

어차피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부족함과 결핍을 바라보며 의심과 불안, 한탄과 좌절로 시간을 허비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내게 주어진 현실의 보잘 것 없음조차 감사하며, 바로 거기에서부터 힘찬 한걸음을 내딛을 것인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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