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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4-14 00:39

부활 2주 화요일

2,365
김오석 라이문도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바람과 성령은 히브리어나 희랍어에서 같은 단어이다. 바람은 성령의 절대 자유를 드러낸다. 자유롭게 불어대는 바람의 속성은 명령이나 속박을 받지 않는다. 성령은 하느님 자신이기에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다. 강함에 있어서는 아름드리나무를 뿌리째 뽑을 정도이고, 그 순함에 있어서는 작은 돛단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악을 미워함에 있어서는 강풍이되,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는 든든하고 부드럽게 밀어주고 어루만지는 미풍과 같다.

성령에 의해 새로 태어난 사람의 모습 역시 바람과 같다. 결코 이 세상 것에 얽매이지 않고 집착이 없다. 죄악을 미워하는 데는 거센 폭풍이지만 인간의 성숙과 변화를 위해서는 한결같은 인내와 끈기를 보이며 기다려 준다.

이런 사람들이 이루는 공동체의 모습이란 참으로 아름답다.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바로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사람들의 참된 모습을 보여준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 그들 가운데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2; 34)<오늘의 독서>

한마음 한뜻! 너와 내가 한마음이 된다함은 이미 너와 나 사이의 경계, 그어진 금이 지워졌음을 의미한다. 한마음 한뜻이라 함은 이미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의미한다. 몸은 둘이지만, 온전히 하나의 정신적 영적 연대로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우리는 많은 경우 인간관계에서 이러한 경지를 추구한다. 부부 사이에, 가족 간에, 공동체의 구성원들 상호간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초대교회 공동체 신자들은 이것을 이루어 냈다. 많은 신도들이 한마음 한뜻이 된 결과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난다. 개인의 것을 공동의 소유로 내놓고서 저마다 쓸 만큼만 나누어 받았다.

마음의 일치는 필연적으로 물질의 나눔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말로만 마음으로만 아무리 생각해주어도 그것으로 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충분치 않을 뿐만 아니라,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러기에 인간은 성사적 존재인 것이다. 성사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보이는 예식과 물질을 통하여 우리가 느끼고 체험할 수 있고 만져볼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구체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선물이 아닌가!

한마음 한뜻->자기 소유의 포기->공동으로 소유->저마다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는 공동체 삶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결핍된 동료 없이, 가난한 사람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하느님의 세상을 열어가게 해준다. 지독한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아니 공산주의가 바로 이 초대교회공동체의 모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런 공동체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서 찾아낼 수 있는가? 체험할 수 있는가? 충북 단양에 위치한 산위의 마을을 소개한다. 기회 되면 찾아보시라. 생활 체험도, 피정도 가능하다.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본동 266    T. 043) 421-2144, 010-3643-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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