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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4-09 00:34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

2,346
김오석 라이문도

평화가 너희와 함께!” (루카 24,36)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신 예수님의 제 일성(一聲)입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왜 신앙을 가지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열에 일곱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세례 받은 가톨릭 신자들은 대답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대답하는 것을 책할 순 없겠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교과서적인 정답은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내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는, 특별히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우리에겐 축복입니다. 스승의 고난을 함께 하지 못하고 도망친 과거에 대한 죄의식과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어찌할 바 모르는 제자들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아 보아야 할 것을 보고, 들어야 할 것을 듣고, 말해야 할 것을 말할 수 있게 됨은 평화의 결과이며 은총일 따름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혹하지 않고 치우침 없이 균형 감각과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기쁠 때는 활짝 웃으며 생을 감사하고, 슬플 때는 그만큼 눈물 흘리며 자기감정에 충실하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언제나 중심을 잡아 나가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마음의 평화란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현실적인 선택이 우리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이런 경지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을까요?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책상 위에 조가비를 하나만 두면 참 예쁘지만, 비슷한 것 서너 개를 두면 예쁜 그 하나마저도 별로 예뻐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랍니다. 두 개를 가지면 사랑스럽던 그 하나가 예전처럼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둘을 가지려고 합니다. 욕심 때문입니다. 둘을 가지려다 그 하나의 절실함과 소중함마저 잃게 됩니다. 둘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나머지 하나를 다른 사람이 갖도록 하는 나눔의 마음과 행위입니다.

 

모자랄까 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모자람이며,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지 말라.”(법정 스님)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영원히 남의 것이요, 남에게 주어버린 것은 영원히 내 것이다.

 

평화(平和)란 한자어가 쌀(:)이 사람들 입()으로 들어감에 있어서 공평()하다는 뜻이라면, 더 더욱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욕심 그릇을 비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결국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예수님의 축복은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우리들이 욕심 그릇을 끊임없이 비워야 한다는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내가 비워버릴 욕심 그릇은 무엇인지 살피며 평화 넘치는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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