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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4-08 03:19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2,300
김오석 라이문도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가 24,32)

 

제자들 중 두 사람이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오늘 복음의 말미에서 방향을 바꿔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되돌리게 했을까?

 

따뜻했던 분, 놀라운 통찰력과 능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셨던 분, 분명 억압과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실 분이라고 생각했던 그분, 스승 예수님이 참으로 나약하게, 그것도 수치스럽게 발가벗기어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셨다. 희망을 잃었다. 그리고 두렵다. 이제 낙향하여 땅이나 파든지, 다시 그물질이나 할 생각이다. 인생을 몽땅 걸었는데 또 속은 거다.

 

두려움과 불안에 떠는 사람들, 좌절과 시련으로 가슴이 아픈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 곁에 예수님은 다가오셨고, 그들과 함께 걸으면서 말씀을 나누신다. 그리고 진리가 무엇인지 깨우쳐주시고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 주신다. 그러나 눈이 가리워진, 자신들의 처지와 생각에만 골몰한 그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들도 알지 못한 어떤 힘에 가슴이 뜨거워진 그들은 예수님께 함께 머물 것을 청한다.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가십시오". 예수님을 초대한다. 그리고 함께 빵을 나누고 그제서야 눈이 뜨여 예수님을 알아본다.

그리고는 자신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유다인들이 있는 곳, 예루살렘으로 되돌아 간다. 예수님이 돌아가셨던 그 땅으로 돌아가 이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담대히 증거할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변화하게 했는가?

한마디로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고, 그분의 말씀으로 가슴이 뜨거워졌고, 그분과 함께 빵을 나누면서 그분과 완전한 일치를 체험하였고, 눈이 뜨여, 완전한 깨달음, 천상의 신비를 체득하고 모든 절망과 좌절을 넘어서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새로 태어난 것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바로 이처럼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과 함께 빵을 나누는 천상 신비의 비밀이 드러나는 식사를 거행한다. 그것은 바로 미사성제이다. 성체성사이다.

 

우리가 일상의 좌절과 시련, 고통 속에서 힘겨워 할 때, 예수님은 말없이 우리 곁에 다가 오셔셔 우리와 함께 그길을 걸어주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우리의 비겁함과 무지함과 어리석음을 당신의 친절하고 따스한 말씀으로 어루만져 주신다. 우리는 매일 말씀의 보약을 먹는다. 그 말씀과 말씀의 해설을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져 옴을 느끼는가?

 

우리는 온전히 나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일치의 성사, 빵의 나눔을 통해 또 다른 그리스도가 되어 예루살렘으로 파견된다. 온갖 불의와 부조리와 시련과 고통, 두려움이 엄존하는 삶의 현장에 파견되는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뜨거워진 가슴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하게 된 것이다.

  

 "오늘 나의 증거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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