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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26 23:01

연중 3주 수요일

1,795
김오석 라이문도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배의 열매를 맺었다.”(마르 4,8)

 


열매를 맺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씨앗과 땅과 햇빛이다. 농부의 주된 일은 땅이 얼마나 좋은 옥토가 되도록 하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씨앗의 튼실함이나 햇빛의 많고 적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땅은 갈고 다듬는만큼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생활은 마음의 밭을 갈고 돌덩이를 골라내고 거름을 주는 일이라 하겠다. 하느님께서 뿌리는 말씀의 씨앗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씨앗을 받아주고 자라게 할 밭이 나쁘면 열매가 풍성할 수 없고 수확이 좋을 수 없다. 먼저 딱딱한 땅을 쟁기질로 부드럽게 갈아엎어야 하고, 객토도 해주어야 하며, 잡초는 제거하고 가시덤불을 치워내고, 돌멩이들은 모두 주워 밖으로 던져버려야 한다.

 


씨앗은 부드러운 물기를 품은 땅과 따스한 온기가 있는 햇볕 드는 곳에서 싹이 잘 트고 잘 자란다. 하느님 말씀의 씨앗도 딱딱하고 차가운 돌덩이 같은 가슴과 온갖 잡초와 가시덤불이 무성한 마음 밭에서는 잘 자랄 수 없다. 마음 밭을 가꾼다는 것은 이런 돌덩이와 잡초, 가시덤불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문제는 마음 밭의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세상 사람들이 늘 먹고 마시고 즐기고 껍데기를 꾸미는데 온통 정신을 다 빼앗기면서도 마음 밭 가꾸는 데는 소홀한 이유가 마음 속의 돌덩이와 잡초와 가시덤불이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생겨나는 일이다.

 


마음의 이물질을 가려내고 제거하는 방법이 바로 매일 해야 하는 마음의 성찰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반성 없이는 마음 속 돌덩이, 잡초, 가시덤불을 없앨 수 없다. 반성이란 말과 행동과 생각의 옳고 그름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일이다. 거기에 덧붙여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것이 마음 밭을 가꾸는데 있어서 핵심이다.

 


맑고 깨끗하고 겸손한 마음, 사랑 충만한 마음은 자연스레 선한 말과 겸손한 행동으로 연결되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튼실한 열매를 맺고 몇 십 배의 수확이 된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과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창고에 쌓이게 되는 확실한 보화가 된다.

 


겉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가슴 속에 온갖 잡초와 가시덤불을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착하고 선한 일이나 자비롭고 사랑 충만한 행동이 나오지는 않는다.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겉꾸밈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하느님 말씀의 씨앗들이 내 마음 밭에 착상하여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음 밭을 돌아보며 잡초를 뽑고 가시덤불을 치우고 돌멩이를 골라내 서른 배, 육십 배, 백배의 수확을 준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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