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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25 00:47

연중 3주 화(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1,803
김오석 라이문도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루가 10,2)

 


본당의 봉사자를 추천하고 선발하는 일은 늘 어렵고 힘들다. 먹고 살기에 바빠 봉사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탁월하고 설득력이 높은 멘트다. 하기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느라 도대체 시간을 낼 여력이 없다는 데, 거기다 대고 자꾸  애원하는 것은 당사자를 불편하게 하므로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런데 자기 개인의 성장을 위한 여러 교육, 취미 강좌 프로그램에는 참 열심이면서 공동체 일은 할 겨를이 없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이기적 개인주의에 매몰되어 공동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외면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무엇 때문에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행복과 평화, 다른 이를 위한 사랑을 위한 쓰임에 보탬이 되지 않은 지식과 기능이란 자기만족을 위한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런 것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쓰레기와 비슷하다.

 


공동체에서 봉사하는 많은 이들이 시간이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가정이 편안해서, 그래서 할 일이 없어서 직분을 맡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은 쪼개면 쪼갤수록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남아 도는 법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백수도 노는 일이 바쁘다고 농을 친다. 그런데 사실 그렇다. 하루 종일 소파에 드러누워 영화나 드라마만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게으름은 시간을 빨리 흘러가게 하는 촉매제다.

 


20대 중반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밤 12시에 숙소에 들어와 2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이 반복되었을 때가 내 인생의 가장 화려했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음을 회상한다. 시간이 없었으나 부족하지 않았고, 바빴으나 서두르지 않았으며, 직장에서의 성과도 좋았고, 학업 성적은 늘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들은 시간 타령이나 경제적 이유를 들이 대지 않는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일, 그분이 함께 하시는 공동체에 손과 발이 되어드리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쏟는 땀과 눈물과 피의 양보다 백배는 더 주님의 가슴에 기억되고 거기로부터 세상 삶에 필요한 은혜와 힘과 지혜가 흘러나온다. 이러 저러한 변명과 이유를 대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자기에게 이익 되는 일에만 파묻혀 살다가 어느 순간 불현 듯 외로이 떠나갈 것이다.

 


일꾼이 되는 일이란 늘 새로움을 향한 도전의 길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상황,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발걸음이 때로는 거친 비탈길을 올라야하고 개울을 건너고 골짜기를 헤맨다 하더라도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아름답다. 주님을 향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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