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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22 15:20

연중 2주 토요일

1,724
김오석 라이문도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그분을 붙잡으러 나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마르 3,21)

   

공부에 있어서나 전문 분야에 있어서나 미쳤다는 말을 듣지 않고서는 최고의 반열에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그들이 쏟아 부어야 하는 땀과 눈물, 열정과 고뇌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다.

  

누구나 다 최고가 될 수는 없다. 평범한 다수가 있기에 최고의 위치를 차지한 사람이 빛나는 것이며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기술문명과 전문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식견과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노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친척들이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섰다고 전한다. 그들은 예수님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을 미쳤다고 소문을 냈을까? 예수님께 치유를 받은 병자들이나 그분을 만나 삶의 의미와 해방을 맛본 세리나 창녀, 가난한 민중들이 그런 소문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느낀 지배계층에 속한 대사제와 율법학자들 그리고 바리사이들의 소행임이 틀림없다.

  

오늘 복음에서 미쳤다고 번역된 희랍어 엑시스테미밖에+서다의 의미다. ‘끼지 않다또는 ‘~에서 비켜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을 미쳤다고 하는 것은 지배계층의 밖에 서서, 무지하고 가난한 군중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를 베푸시느라 음식을 들 겨를도 없이 사랑을 베푸시는 예수님을 두고 모함하는 지배계층의 악의서린 딱지 붙이기의 결과라고 보면 된다.

  

사랑을 베풀고 복음을 전하는데 모든 힘을 다 쏟아 붓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이 붙인 딱지가 미쳤다는 악담이라면, 예수님의 제자임을 자처하는 우리 모두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예수님을 따라 나선다는 것은 미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저 사람 예수 믿더니 미쳤다!”는 말을 듣는 이는 행복하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는 수단으로서 최고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세상의 논리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따라 사랑과 복음 선포에 주저함 없는 최고의 전문가로 세상의 밖에 비켜 서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 미친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미쳐야 할 예수님께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미친 듯이 복음을 묵상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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