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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1-19 12:53

연중 2주 수요일

1,914
김오석 라이문도



예수님께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하신 다음,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 졌다.”(마르 3,1; 3,3; 3,5)

    

손은 펴고 오므림으로써 무엇인가를 움켜쥐기도 하고, 움켜쥔 것을 놓음으로써 제 역할을 다한다. 움켜쥐기만 하고 오므리기만 하는 손은 기능장애다. 오므리고 움켜쥔 회수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손을 펴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육신의 건강을 넘어서 영혼의 건강함을 드러내는 척도가 된다.

    

갓난아기는 손을 꽉 움켜쥐고 엄마의 뱃속으로부터 맨 처음 세상 구경을 한다. 아직 미성숙한 자아의 표현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배우면서 아기는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며,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어 간다. 성장하면서 손을 펴서 나의 것을 내놓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며 의미 충만한 것인지 깨달으며 성숙한 인격이 된다.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는 두 손을 쫙 펴고 이 세상에 하직 인사를 하는 법이다.

    

나의 것이라 해서 꽉 움켜쥐고, 사력을 다해 손을 오므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미성숙의 표시다. 영혼이 병들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태도다.

   

오늘 예수님은 펴지지 않는 오그라든 손을 가진 사람을 향해 준엄한 명령을 내리신다. “손을 뻗어라!”

  

우리는 무엇을 붙잡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가? 절대로 놓아 버릴 수 없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자유란 욕심 없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선물이다. 나의 것으로 움켜쥐려는 의지를 내려놓으면 평화가 샘솟고 나눔이 춤춘다. 함께 하는 사람들 가운데 웃음꽃이 핀다.

   

보다 많이 움켜쥐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세뇌하는 물질 만능의 미쳐 돌아가는 이 시대에 손을 뻗어라!, 손을 펴라!”고 명하시는 예수님의 말씀 따라 가만히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며 묵상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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