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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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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6-01-17 19:45

연중 2주 화요일

1,962
김오석 라이문도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 2,27)

   

법이 법의 입법 취지를 망각할 때 자칫 법은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이때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고 노예화하는 지배자의 도구가 되고 만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배가 고파 밀 이삭을 잘라 먹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추수와 탈곡을 하였다고 따진다. 이에 대한 대답이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마르 2,27)라는 선언이다.

  

모든 법에는 그 규정이 나타내는 법 제정의 정신이 담겨 있다. 신명기 5장에 나타난 안식일 율법 규정의 정신을 살펴보면,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신 분 앞에서 지금도 여전히 지긋지긋한 종살이를 하는 자들이 고역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도록 강제한 것이다.

   

안식일 법은 원래 약자보호법이다. 현재 종살이 하는 사람들을 쉬게 하려고 주인을 비롯해서 집안의 모든 사람과 가축들까지 강제로 쉬게 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점차 변질되어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안식일에도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그들을 더욱 억압하고 소외시키는 악법이 되어버렸다.

    

이런 측면에서 예수님은 안식일 법을 폐기하신다. 사람을 위한 법이 아니라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제자들을 옹호하시는 예수님의 언명에서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벗어난 악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는 선언이다. 하느님의 아들,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새로운 사랑의 법을 선포하신다.

   

국가의 법과 신앙의 가르침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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