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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10-30 00:42

연중 30주 금요일

1,991
김오석 라이문도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루가 14.3)

 

안식일에도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지당하다는 말씀은 며칠 전에도 드린 바 있습니다. 우리의 선업은 쌓이고 쌓여서 삶의 열매가 되고 결실이 되어 한 인간의 인생을 빛나게 하고 의미 있게 합니다. 실천이 없는 신앙은 죽은 신앙입니다. 기회가 될 때 마다 자신의 존재를 내어주는 삶을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숙명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 내일입니다. 내일 밤 꽤 많은 사람이 가수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는 풍경이 예상됩니다. 가을입니다. 가을도 막바지 끝 무렵에 이르렀습니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입니다. 가을은 엄정한 심판의 계절입니다. 잎이 떨어지고, 꽃이 지고, 모두 뿌리로 돌아가면 남는 것은 오직 열매입니다. 우리 인간도 한번 꽃피고 지는 것이라 할진대 우리에게 결실로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경제적 부나 권력, 인기와 명예가 한 인생의 결실로 남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결국 남는 것은 영적 열매입니다. 인연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많이 나누고 희생하고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얻게 되는 영적 열매의 크기를 재는 엄정한 심판 앞에 서게 되는 운명을 지닌 인간의 삶을 은유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열매 맺는 인생을 위한 삶의 투쟁에서 때와 장소는 분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내 인생의 결실을 조용히 셈하는 묵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엄격한 안식일 규정과는 상관없이 오직 사람의 필요에 집중했던 예수님의 선택을 본받아 오늘 내가 나의 손길을 필요하는 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작게나마 실행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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