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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8-27 07:13

연중 21주 목(성녀 모니카 기념일)

1,613
김오석 라이문도

깨어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42; 44)

 

모기와 하루살이가 신나게 놀았다.

모기: 내일 또 만나!

하루살이: 내일이 뭐야?

 

엄마와 아이의 대화.

아이: 내일이 언제야?

엄마: 내일은 오늘 밤을 자고 나면 내일이란다.

(다음날 아침에)

아이: 엄마, 지금이 내일이야?

엄마: 지금은 오늘이고 내일은 오늘 밤을 자고 나면 내일이란다.

 

내일은 없다. 하루살이에게나 인간에게나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일 뿐이다. 과거는 지나갔다. 과거라는 시간은 오직 기억 속에만 각인되어 있을 뿐 실재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우리는 흔히 하루살이의 생을 가엾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모두가 내일 없는 오늘 하루살이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적 종말론을 사는 것이다. 매일 매일이 마지막 날이다. 오늘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러므로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깨어있으라는 권고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도둑이 들어올 것이라는 경고에 대비해 준비하는 삶에 대한 의미다.

 

심각한 악 때문에 멸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하루하루 무사안일과 게으름 속에 의미를 잃고 살아가면서 자멸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게으름은 해야 할 사랑의 나눔을 미루게 한다. 게으름은 악에 충분히 저항하지 못한다.

 

매일 밤 잠 자리에 들어 조용히 눈을 감고 돌아본다. 오늘 나의 점수는 몇 점인가? 내가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면, 나 스스로 나에게 흡족하지 못하다면 그 누가 나를 예쁘게 봐 줄 수 있을까? 오늘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이다. 오늘 하루를 성심껏 살아갈 때 오늘은 곧 영원과 맞닿는다. 영원과 맞닿은 인생은 오늘 하루가 힘차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짬짬이 드리는 기도가 그리고 이웃에 쏟는 관심과 나눔이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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