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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8-25 21:40

연중 21주 화요일

2,067
김오석 라이문도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마태 23,23)

 

종이 한 장 자르는 데는 문구용 커터 칼이면 충분하다. 종이 한 장 자르겠다면서 도끼 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다. 도끼는 나무를 자를 때 좋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종이 한 장 자르기 위해 도끼를 동원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도 동식물도 그리고 사물도 모두 자기 본연의 자리와 쓰임새가 있는 법이다. 그 본연의 자리를 떠나지 않을 때 존재는 고유한 품격을 드러내게 된다. 돼지가 아파트에 살고, 사람이 돼지우리에 산다면 돼지도 사람도 그 품격을 상실하게 된다. 꼭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되는 헛된 일에 온갖 노력을 따 쏟아 붓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건과 상황과 사람을 볼 때 부수적 곁가지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본질을 보아야 한다. 끊임없이 보이는 것 이면에 감춰진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재하지 않는 허황된 것을 붙들려고 발버둥 치다 인생 종칠 수도 있다.

 

규칙과 규정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규칙과 규정의 본래적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십일조를 내야 하는 것도 정해진 의무의 규정이지만, 그것보다 하느님께 더 충성스럽고 그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본질은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위해 행하는 자비와 정의의 행동이라는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전례(미사)에 참석하면서 전례의 거룩함과 엄숙함, 성가대의 아름다운 하모니에 온통 마음을 두면서도, 그것들이 지향하는 하느님의 현존과 만남에 대한 의식과 열망, 감사와 기쁨이 없다면 전례는 그저 시간낭비일 뿐이다.

 

미사 참여 의무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주일미사에 참여하지만 정의와 사랑을 실행하는데 게으르고 무관심하다면 깨끗한 그릇에 담긴 상한 음식의 조합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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