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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8-21 22:58

연중 20주 토(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2,239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 23,11-12)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아주 심하게 나무라신다. 그들 종교지도자들은 말만 그럴듯하지 실천은 하지 않으니, 그들의 말은 듣되 행동은 본받지 말라 하신다. 기도하는 척 성구 갑이나 만들어 이마와 팔에 달고 다니고, 윗자리에 앉기를 즐기고, 인사 받고 스승 혹은 아버지라 불리고 대우받는 것을 좋아 한다고 혼내신다. 아버지는 오직 한분 하느님 밖에 없고 스승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라고 가르치신다.

 

분명 이 가르침은 오늘 우리 교회 안에서도 유효한 가르침이어야 한다. 매년 이 복음 말씀을 봉독하고 강론할 때 마다 뭔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 역시 오늘 혼나고 있는 예수님 당시 종교지도자들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쏟아내는 좋은 말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치는데 구체적인 내 삶의 모습은 쏟아낸 말들을 뒤쫓는 것이 숨 가쁘고 힘겹다. 때로는 설익은 말들 때문에 교우 분들에게 죄송하고 창피하다. 나 이외의 고통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현실에 대체로 무관심하고 그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심한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살아간다. 교우들과 밥 먹으로 가면 아예 알아서 중앙에 자리를 정하고 앉는다. 교우들은 나를 신부(神父)라고 부르는 것도 부족해 자까지 붙인다.

 

그렇다고 강론을 하지 말아야 하나? 내 말과 행위가 일치되는 것만 하면 별로 강론할 것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그러면 말을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부터는 강론을 드문드문 해야 할까 보다. 교우들과 밥 먹으로 가면 맨날 구석자리에 앉으면 될까? 아예 밥 먹으로 안 가는 것이 정답이겠다. 신자들에게 신부라 부르지 말라고 해볼까? 그럼 뭐라고 부르지? FATHER? ㅎㅎ.

아파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더욱 가까이 호흡할 수 있도록, 우리 본당도 그리 되도록 기도와 응원 바랄 뿐이다.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를 성질은 좀 못됐어도 폼 잡고 권위적으로 신자들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교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되게 낯을 가리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 겸손한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는 않지만 내 나름의 섬김의 의미를 찾아 실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정성을 다해 보려 한다. 가능하면 성무를 행함에 있어 교우들의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 특별히 뛰어나거나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메시지는 아니어도 나의 공부와 고민과 묵상을 나누고자 오늘의 말씀매일 올리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섬김의 의미를 붙들고 그 구체적 실천이 내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 고민하고 묵상하고 실천에 옮기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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