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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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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8-07 23:31

연중 18주 토요일(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2,078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갈 것이다.”(마태 17,20)

 

간질병에 걸린 아들의 아버지가 아들의 치유를 제자들에게 맡겼는데 고치지 못했다고 예수님께 와서 하소연 하는 내용이 오늘의 복음이다. 예수님께서 호통으로 마귀를 추방하고 아이를 치유하신 다음, 제자들이 왜 자신들은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는지 묻자 예수님은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갈 것이다.”라고 대답하신다.

 

제자들의 약한 믿음을 탓하신다. 마태오 복음은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원 여부를 판단하는 하느님을 제시하지 않는다. 신앙인이 갖고 있는 믿음의 수준이 강한가, 약한가의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함으로써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각성과 성장을 촉구하는 복음서다. 물위를 걷다가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져주시면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도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마태 14,31)라며 질책하셨음을 기억하자.

 

사실 엄격하게 말해서 믿음이 강하다고 해서 산이 여기서 저기로 옮겨가는 일은 없다. 강한 믿음이 하지 못할 일은 없음을 강조하는 과장법이다. 본문의 맥락에서 은 마귀 들린 아이의 내부에 들어앉은 나쁜 영을 지칭한다. 그 나쁜 영의 힘이 마치 큰 산처럼 한 인간을 차지하여 지배하고 불 속이나 물속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짐승 같은 삶을 살게 했는데 강한 믿음은 바로 이런 적대적 세력을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의 믿음으로 우선 움직여야 할 것은 산이나 남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자각해야 한다. 믿음으로 나를 움직여 변화케 하는 것을 회개라 한다. 믿음은 예수님께 대한 신뢰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믿음을 일컬어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 콕 집어 말씀하고 계시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한 믿음이 다름 아닌 겨자씨 한 알의 믿음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권능에 나의 두 발을 모두 들여놓았느냐, 아니냐의 질문이다. 예수님과 세상에 발 하나씩 걸치고 있는 양다리 신앙이나 보험 신앙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매일 매순간 나의 선택을 예수님의 말씀에 의탁하며 살아가고 있느냐의 질문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내 삶의 기둥이나 주인이 아니라 까마득하게 잊혀진 망각의 존재였다가 불현 듯 시련과 곤란에 봉착했을 때 끄집어내는 해결사처럼 생각하는 믿음은 겨자씨 한 알의 믿음이 아니다.

 

그러므로 겨자씨 한 알로 비유된 믿음은 약한 믿음이 아니다. 아직 완성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예수님께 나의 삶을 투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온전한 믿음이다. 그렇다면 나의 믿음은 과연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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