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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8-04 00:34

연중 18주 화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2,147
김오석 라이문도

예수님께서 오너라.’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하고 말씀하셨다.”(마태 14,29-31)

 

오늘 묵상은 예수님을 뵙고 앞 뒤 재지 않고 물에 뛰어드는 베드로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믿음은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변화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술주정뱅이 과거를 청산한 삶, 가족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던 사람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변한 삶이 믿음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오너라!”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이 것 저 것 재지 않고 즉각 물에 뛰어내리는 사람이 참 믿음의 사람이다. 그래서 믿는다는 것은 용기 있는 결단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망설이고 계산하는지 모른다. 얼마나 쉽게 타협하면서 두루 뭉실 넘어가는지 모른다. 지금 뛰어내리는 사람, 그는 물 위를 걸을 수 있다. 구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물 위에 뛰어내려 한두 발 걷는 것으로 구원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향해 가던 베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물에 퐁당 빠져 허우적대고 만다. 베드로가 왜 물에 빠지고 말았는가? 예수님에게서 눈을 떼고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다. 거센 바람, 집채 같은 파도에 정신이 팔려 두려움에 젖어들었고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신앙인이 한 눈 팔면 그것으로 구원은 물 건너가고 만다. 구원을 잃으면 그것은 어둠이요, 죽음이요, 지옥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풍랑의 유혹이 이 세상에 난무하고 있는가? 한 눈 팔면 안 된다. 깊은 바닷물 속에 수장되기 때문이다.

 

물에 빠져 꼬르륵대며 허우적거리는 베드로의 외침을 들어보자.

살려주세요, 주님!” 인간은 약하다. 세상의 파도에 휩쓸릴 수 있다. 유혹에 빠져 죄지을 수 있다. 그러나 물에 빠진 것이 잘못이 아니라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것이, 지레 포기해 버리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자신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마음을 다해,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쳐야 한다. “주님, 제가 죽게 되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라고.

 

그러면 예수님께서 당신의 힘 있는 팔을 건네어 붙잡아 주시고 건져주실 것이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실패할 때가, 내려갈 때가, 고통과 좌절로 몸부림칠 때가 주님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위기야 말로 그분의 따스한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이며, 다시 생명을 얻는 때이며 구원의 때이다. 시련이 바로 은총인 것이다. 고통이 주님을 만나는 은총의 통로라는 말의 뜻이다.

 

오늘 나의 삶 속에서 주님께 소리쳐 외칠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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