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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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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7-14 22:20

연중 15주 수요일

2,431
김오석 라이문도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마태 10,25 ; 공동번역)

 

사람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점점 더 욕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좀 더 많은 돈과 재산, 큰집, 존경과 명예를 원하는 것은 분명 어른들의 특성이다.

 

물론 어린아이들도 욕심이 있긴 하나 그것은 참으로 작은 것들이다. 예쁘고 작은 강아지 한 마리면 하늘을 날 듯 기뻐하고, 작은 모형 자동차 하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동하니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꿈을 잃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충실한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뜻이다. 꿈을 잃은 사람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바라보며 그것이 마치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공상 같은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간 죽이기 정도로 생각하고,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조차 사라져버렸다면, 그 순간부터는 죽음을 향해 걷는 인생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생명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죽음을 향해 걷는 음울한 시간이 된다는 뜻이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과 경험으로 많은 것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한 일은 많이 알면 알수록 인격의 깊이도 깊어지고, 넓이도 넓어져야 할 텐데, 실제로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식이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배우고 체험한 그 지식의 체계 속에 오히려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잘못을 종종 저지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입견, 자신의 주장, 자신의 앎이라고 하는 것이 종종 하느님을 무시하고, 하느님의 음성을 거부하고, 오직 나만을 주장하는 바보 같은 자기도취에 취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이에겐 모든 것이 신비요, 놀라움이요, 하느님의 손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어른들은 논리와 합리성, 능률과 현실성 등의 잣대로 신비를 휘저어 놓기 쉽다는 뜻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이처럼 하느님을 잃어가는 과정이라면, 시간이 흐르는 것,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단순히 죽을 날이 가까워 져서 슬픈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게 된다는 사실에서 오는 슬픔임이 분명하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얼굴은 쭈글쭈글 해지지만, 우리가 철없는 어린아이가 아닌 단순하고 꿈 많은 어린이로 늘 남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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