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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7-12 18:59

연중 14주 토요일(베네딕도 아빠스 기념일)

2,401
김오석 라이문도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마태 10,32)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예수님의 역사와 말씀을 전하라는 오늘 복음의 주제는 우리에게 심각한 과제를 건네준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예수님이 누군지 알아야, 예수님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가치관을 지녔고, 어떻게 사람을 사랑했는지, 그분의 행동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전하든지 증언하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예비신자 입교식을 앞두고 신자분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선교하여 많은 분들이 입교할 수 있도록 애써달라고 당부하지만 사실 별 기대하지는 않는다. 신자들이 친구들이나 다른 아는 사람들에게 성당에 함께 다니자고 말하는 것 별로 즐겨하지 않음을 안다. 왜 그럴까? 신앙의 기쁨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예수님이 누군지 잘 모르고 왜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서이다.

 

언제 배워본 적은 있는가? 상당수의 신자들이 성서공부에 매달리고 그중에는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도 있다. 또 소수의 신자들은 교구의 신앙교육원에 가서 공부하면서 자신들의 지적 호기심과 앎에 대한 갈망들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조차도 복음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부족하다는데 고민이 있다. 하물며 대부분의 신자들은 예비신자 교리 때 배운 교리 지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때 배운 것들도 다 잊어먹고 그저 신앙의 습관과 관성에 따라 마지못해 신앙생활에 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못해라는 말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두려움위로와 축복에 대한 갈구로 마지못해 주일미사에 참석하여 미사 끝나기를 기다리는 많은 신자들의 얼굴 표정을 나는 매주 보고 있다. 사순 시기나 대림 시기 때 특강을 마련하여 신자들을 초대하지만 특강에 오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다. 사실 그분들은 굳이 특강을 듣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매달 책 한권을 선정해 영적독서를 권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50~100명 남짓이다. 교육 분과 차원에서 공부모임을 만들어 시작했는데 우리 주엽동 교우들은 10명 남짓이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한다고 한다. 그리스도교 이전에 역사의 한 인물로서 예수의 인간적 면모와 그분의 생각과 바램, 활동,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만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다. 많은 이들의 합류를 권한다.

 

사람은 변하는 존재다. 또 변해야만 하는 존재다. 끊임없이 변화해 완덕의 인간으로 하느님 앞에 서야 한다. 교육 없이 새로운 인격의 형성은 요원하다. 공부하지 않아 생각의 변화 없이 행동의 변화는 쉽지 않다. 생각이 변하고 안에서 나오는 말이 달라지면 행위는 자연스레 바뀐다. 생각과 말이 행동과 다른 사람은 위선자에 불과할 뿐이기에 변화는 필연적이다. 물론 행동부터 먼저 변하고 생각이 뒤따라가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는 적어도 숙고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바로 그 숙고하는 과정이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성서를 읽고, 성서를 공부하고, 영적 독서를 즐겨하고,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예수님을 지적으로 풍부하게 알고, 기도를 통해 그분과 온전한 내적 일치를 추구함으로써, 세상에서 그분을 안다고 증언하는 그런 우리 자신이 될 것을 약속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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