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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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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7-08 23:48

연중 14주 목요일

2,453
김오석 라이문도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마태 10,7)

 

예수님이 선포하신 것은 하늘나라(하느님의 나라)’인데, 남은 것은 그리스도교라는 말이 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나라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날에는 귀먹은 이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니”(이사 29,18-19)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 이사 61,1)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가 6,20)

 

예수님은 하늘나라의 도래를 선포했는데, 단순한 하늘나라가 아니라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위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기에 그들에게 기쁜 소식이었다. 예수님 시대에 하늘은 하느님과 같은 말이었다. 하느님나라에 관한 복음은 가난한 이들이 더 이상 가난하지 않고 굶주린 사람들이 이제는 배부르며 억눌린 자들이 다시는 울지 않게 될 때에 관한 소식이었다.

그 하느님 나라는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루가 17,21)고 할 때의 그 하느님 나라이다. 죽어야 갈 수 있게 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는 땅에 맞닿아 있는 그런 나라라는 뜻이다.

 

예수님의 관점으로 보면 세상은 악령의 권세가 맹위를 떨치고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가난하고 억눌린 백성들의 고통에서 볼 수 있는 악령의 위세뿐만 아니라 종교지도자들의 위선과 몰인정과 맹목성에서도, 그리고 지배계급의 무자비한 탐욕과 탄압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고 보았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예수님은 당시 세상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 구조들을 모두 단죄했다. 모두가 악이라고. 전부 악령의 권세에 속하는 것이라고. 그러기에 예수님은 자신의 활동을 악령과 힘을 겨루는 한바탕 싸움으로, 온갖 양상과 형태를 띤 악의 세력에 대한 전쟁으로 보았다. 예수님의 악령 추방이나 치유활동은 사탄의 나라에 대한 일종의 강제 침입이었고 하느님나라의 징표였다.(마르 3,27 참조)

선이 악보다 강하고 마지막에는 선이 악을 이기는 법이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결국에는 악령의 나라를 이길 것이며 이 지상에서 그 나라를 대신하리라고 확신하였다.

 

그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선택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 나가기 만큼이나 어려운, 불가능한 일이다. 하느님 나라에는 부자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거지 라자로와 자기 재산을 나누지 않았던 부자는 하느님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적이 필요하다. 부자가 자기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고 포기하는 기적이 필요할 뿐이다. 부자가 되기를 갈망할 필요가 있을까? 갈망한다면 오직 가난한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복음의 재물에 관한 권고를 완화시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어느 사회든 일부는 가난에 시달리고 일부는 필요 이상의 것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사회는 악령의 나라일 뿐이다.

 

결국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서는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연대적 사랑이 필요하다. 자기를 미워하거나 박해하거나 학대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하는 연대성이다. 모두를 포함하는 이 연대성이 분노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즉 자신과 타인에게 악행을 일삼는 이들을 향한 분노 말이다. 이 분노는 그들을 배제하기 위한 분노가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모든 이를 위한 거룩한 분노이며 사랑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세워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 올 수 있는 나라다. 하느님나라는 거저 주어지는 선물로써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기뻐하라.”고 요청하지 않고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라.”(마태 4,17)고 했음에 우리 마음을 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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