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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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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7-07 23:35

연중 14주 화요일

2,475
김오석 라이문도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마태 9,33)

 

오늘 복음을 요약하면 이렇다.

예수님은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시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시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신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있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기 때문이다. 그들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셨다. 그리고는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고 탄식하신다.

 

어쩌면 예수님은 당신 소명을 인간 사회에 뿌리내린 마귀를 쫓고 질병을 치유하는 것으로 삼았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귀란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유혹하고 고통을 주고 억압하는 인간 외부의 나쁜 세력 혹은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질병은 사람 안에서 사람을 아프게 하고 고통을 주고 영적 육적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인간 내부의 나쁜 힘이다.

 

예수님께서 원하신 하느님의 통치란 먼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마귀로 지칭된 외적인 악한 힘으로서의 사회 구조적 불의와 부패가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해도 과하지 않다. 살아가면서 호구지책을 위해 분골쇄신 뛰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해야 할 말조차 말 못하게 하는 억압의 구조는 예수님 앞에서 벙어리 마귀로 지칭될 뿐이다. 인간 세상 밖으로 쫓겨나야 할 쓰레기일 뿐이다.

 

하느님께서 이루신 창조의 질서와 조화 안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질병은 없다. 자연스러운 노쇠 현상으로 결국 생명의 불꽃이 다함으로써 하느님께 되돌아가는 죽음이 원초적 자연 질서의 모습이고 하느님의 섭리다.

그렇다면 질병이란 결국 구조적 불의로 인한 외적 억압과 인간 자신의 이기적 탐욕과 집착 그리고 자유의 남용으로 인한 인간() 자체에 대한 억압과 학대의 결과가 아닐까? 온전함은 하느님의 질서이고 망가져 있음은 이기적 인간 본성의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하느님의 섭리를 따라 해방과 자유의 삶,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누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고 구원된 삶이요, 하느님 다스림이 구현된 하느님 나라의 핵심이라면 마귀와 질병은 하느님나라의 가장 적대적 세력이기에 이를 축출하는 것은 예수님의 본질적 소명에 속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악의 세력을 모두 없앴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한 세력의 음모에 힘없이 약한 자의 모습으로 십자가형을 받고 돌아가셨다. 또 예수님은 모든 질병을 앓는 이를 치유하신 것은 아니다. 예수님 뒤를 따라 이 모든 소명을 완수하라는 숙제를 우리가 넘겨받은 것이다.

 

교회가 예수님을 대신해야 하고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개별 교회인 우리 각자가 예수님을 대신해야 한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고 탄식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위로하고 풀어드리는 오늘이 되면 좋겠다. 작은 희생과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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