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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7-06 00:08

연중 14주 월요일

1,567
김오석 라이문도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마태 9,18)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다.(마태 9,20)

예수님께서 안으로 들어가시어 소녀의 손을 잡으셨다. 그러자 소녀가 일어났다.”(마태 9,25)

 

인간의 몸은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상호 관계에 열려 있는 실재이다.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것도,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도 결국 몸을 통해 완성된다. 인간에게 몸은 이 세상과 닿아 있는 유일한 실재이다. 몸 없는 영혼이란 이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에 나가고 타인과 만나는 것은 정신이라기보다는 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는 행위는 두 사람이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의식(儀式)같은 것이라 하겠다.

 

몸은 자신이 했던 행위를 기억한다. 자주 행한 기억들이 더 쉽게 재생된다. 운동선수가 하는 끝없는 연습은 바로 꼭 필요한 동작을 몸이 기억하게 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단 한 번의 나이스 샷(축구, 배구, 농구, 야구, 테니스, 골프 등)을 위해 셀 수 없는 반복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손을 내밀어 죽은 소녀의 손을 잡으심으로써 소녀를 살려낸다. 손을 내밀어 손을 잡는 행위 즉, 사랑이다. 참 생명과 연결된 죽은 생명이 다시 숨결을 되찾는 것이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초목이 단비로 생기를 얻는 것과 같다.

 

혈루증을 앓던 여인은 손을 내밀어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댐으로써 치유를 받는다. 내적 믿음을 몸을 통한 외적 행위로, 손으로 드러냄으로써 예수님 안에 있던 생명력, 치유 은사를 전해 받은 것이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어린 시절 배 아프다 칭얼대는 내 배를 만지며 해주셨던 엄마의 말씀이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 어루만지는 엄마 손은 실제로 저의 아픈 배를 항상 낫게 했음을 기억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주시는 순간 몸을 주신 것이고, 이 몸을 통해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다른 이의 손을 잡아주고, 따스한 사랑의 손길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치유해주라고 명하셨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우리의 몸을 통해 세상과 통교하고 다른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 가운데 손은 참으로 소중하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손을 주신 이유를 묵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손가락질과 폭력(따귀 때림)과 같은 사악한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손길처럼, 생명을 나누라는, 누군가를 보살피라는, 사랑을 전하라는, 그런 손을 주셨음을 깨닫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손으로 행하는 사랑의 연습이 반복될 때 언젠가 우리도 사랑의 홈런(나이스 샷)을 날릴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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