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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6-17 00:30

연중 11주 화요일

2,375
김오석 라이문도

아버지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신다.”(마태 5,45)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마태 5,46)

 

만일 하느님께 나를 행복하게 하시려면, 내 원수 예닐곱을 나무에 못 박는 기쁨을 내게 주시기를... 인간은 그 원수를 사랑해야 하지만 원수들이 나무에 못 박히기 전에는 안 된다.” 독일 시인 하이네의 말이다. 우리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느님의 인내를 기억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하겠다. 하느님은 악인의 돌아섬을 기다리고 계신다. 왜냐하면 세상 만물이 당신 사랑이 충만한 결과로서 이뤄진 것이라면 세상에 본성적으로 악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태초에 악한 것은 없었고,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때부터 악인은 없다는 통찰이다.

 

당신의 해와 당신의 비 그리고 당신에게서 나오는 모든 은총에 대한 누림의 자유를 아직은 제한하거나 통제하지 않으신다. 다만 때가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고 인내하시는 것일 뿐이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몇 몇 거룩하고 선한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 좋은 것을 주시나 당신의 인내 때문에 모든 이가 혜택을 보고 사는 것이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사랑하는 것은 인간적인 행동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덜된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아픔과 고통과 손해를 준 사람, 나를 모욕하고 누명 씌우고 못살게 굴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즉 그런 사랑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며 하느님의 완전함을 닮은 사랑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런 경지까지 요구하신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너희도 인내하고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 즉 사랑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능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참으로 사랑을 아는 사람이고, 사랑이신 하느님을 쏙 빼닮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내 생애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언감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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