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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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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6-12 14:14

예수 성심 대축일 (6월 12일 금)

2,569
김오석 라이문도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3-34)

 

성심(聖心)! 한자의 뜻 그대로를 풀면 거룩한 마음이다. ‘거룩하다.’는 말이 신앙 안에서 쓰일 때는 신성(神性)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마음은 거룩한데, 그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과 같다는 뜻이다.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예수님의 마음은 거룩한데, 그 거룩함의 의미는 십자가의 수난과 고통을 마다 않고 끝끝내 생명을 바쳐, 마지막 남은 피와 물까지 다 쏟아 자신은 빈껍데기가 될 때까지 다 내어주는 사랑의 마음을 지녔다는 것이다.

 

오늘은 사제 성화의 날이기도 하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권고에 따라 95년부터 지냈다. 사제들이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본받아 다 쏟아내는 사랑의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는 날이다. 20년 동안 매년 이 날을 지냈지만 성화(聖化)’라는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단어로 치부하고 매번 어색하게 이 날을 보냈음을 반성한다. 변화에 대한 갈망 특히 거룩함에로의 열정이 부족했고, 나를 내어 놓는 작은 사랑 연습에 게을렀음을 고백한다. 다혈질의 기질로 인한 하고 폭발하는 못된 성질을 순화하지 못하고 아직 달고 다닌다. 주님의 자비를 청할 뿐이다. 아울러 부족한 저를 위해 신자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린다.

 

우리는 서로 서로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담은 또 다른 예수님이 되어주어야 한다. 너를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질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나의 피와 물을 다 쏟아내고 빈껍데기가 될망정 주저주저하거나 겁먹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사랑의 정점은 바로 예수님의 그 사랑의 마음을 닮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큰 사랑이다. 매일 매순간이 우리에겐 이 큰 사랑에 이르기 위한 과정으로서 작은 사랑의 연습시간이다. 한 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사랑이기를 기도하며 살아야겠다.

 

<사족>

국가의 무능이 천지간에 가득하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에는 냉소만 가득하다. 그야말로 무능이 지배하는 시대다. 사실 말이 안 되는 명제다. 능력 없음이 어떻게 지배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든 작품이다.

작년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의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국가의 무능이 수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초동대처의 안일함, 대형병원 봐주기 논란이 있었던 정보의 엄격한 비밀주의, 의심 환자나 격리대상자에 대한 느슨한 관리, 매뉴얼의 비현실성 등 무능함과 안일함이 넘쳐난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면책될 수도 없다. 대통령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듯 발언하고 아래 사람들에게 책임 전가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배의 선장이 되느냐에 따라 배의 항로가 바뀌고, 특정 기업의 CEO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업 가치는 금방 달리 평가된다. 본당 신부가 바뀌면 본당의 분위기도 금방 확연히 변하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일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 우리의 수준을 반영할 뿐이라는 자탄을 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의 고위 관료들과 공무원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부끄러워하고는 있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는 있을까?

 

지배자들과 고위 관료들에게 예수님의 성심(聖心)을 좀 가져달라고 부탁해 볼까? 국민들을 위하여 헌신하고 빈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다 내어주는 마음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 물어볼까?

 

그나마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내고 메르스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들을 위하여 우리 모두 성심(聖心)으로 그들의 성심(聖心)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기도하는 오늘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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