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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6-10 07:43

연중 10주 수요일

2,348
김오석 라이문도

계명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 5,19)

 

리지외의 소화 데레사는 가르멜 수도원에서 짧은 생애를 살면서 하느님께 이르는 방법으로 영적 아이가 되는 길’, ‘작은 길을 찾았고 실천하며 살았다. 그녀는 이 작은 길이란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며 일상생활의 온갖 자질구레한 일과 사소한 만남과 모욕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런 작은 길을 실천함으로써 반복되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적 삶을 사랑의 용광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데레사는 자신을 하느님의 정원에 핀 작은 꽃이며 아기 예수님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거룩함에 이르는 작은 길은 공동체 생활 가운데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일들, 예를 들면 묵주기도를 하면서도 귀찮게 하는 자매나, 빨래할 때 구정물을 얼굴에 튀기는 조심성 없는 자매로 인한 불쾌감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했다. 동료들을 판단하고 비난하려는 충동을 자제하고 더욱 인내하고 용서하도록 이끌었다.

 

우리는 그저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작고 볼품없는 들꽃 한 송이에 불과하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그저 나의 꽃을 피우려는 노력이 사랑으로 승화될 때 하느님께서 기뻐하시고 그 분 안에 머문다는 깨우침이 필요하고 이것은 참 소중하다. 왜냐면 인생에 있어서 어떤 거창한 일을 해야만 하느님께 가닿을 것이라는 영웅주의로부터 해방되며 미약하고 부족한 나도 하느님 정원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꽃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누리게 해 주기 때문이다.

 

도로시 데이는 데레사의 작은 길에서 사회적 의미를 길어낸다. “우리는 작은 것들을 소홀히 여긴다. 작은 것들을 위해 항의하거나 어떤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사실 우리는 소소한 불의나 폭력 그리고 자그마한 부패에 대해서 쉽게 흘려버리고 잊고 만다. 하긴 만연한 불의와 폭력, 부패와 무능에 길들여져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거대한 죄악에도 분노할 줄 모르고 자기 앞가림에 정신없는 형편이니 당연한 결과다.

 

하느님의 계명과 이스라엘의 율법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된다. 예수님은 결코 율법이나 예언서를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일상의 삶에서 주어지는 작은 사랑의 요청을 외면하거나 거절하지 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때로는 수련하는 마음으로 행할 수 있어야겠다.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작은 일에 발끈하여 섣부른 분노를 터뜨리며 목숨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소한 불의에도 거룩한 분노를 간직하고 끝까지 사랑으로 바로잡아 나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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