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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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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6-08 02:02

연중 10주 월요일

2,294
김오석 라이문도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

 

오늘부터 우리는 마태오 복음의 산상수훈을 거의 3주에 걸쳐 평일 복음으로 묵상하게 된다. 그 첫 번째 오늘은 진복팔단이다.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고 온유하기에,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르고, 자비롭고 마음이 깨끗하기에, 평화를 이루며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선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 행복론이라 하겠다.

 

물질과 권력과 명예에 집착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행복론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세상의 눈물이 강을 이룬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아들 딸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 아빠 그리고 유가족들의 눈물, 네팔 어린이들의 눈물, 굶주리는 제 3세계 어린이들과 그 엄마들의 눈물 눈물 눈물...슬픔이 만연한 세상이다. 나의 슬픔과 너의 슬픔, 우리의 슬픔을 감지하는 사람은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다.

 

나의 죄에 슬퍼하고 너의 죄에 아파하고, 우리의 죄악에 가슴을 칠 때 슬픔의 눈물이 하느님의 손길로 단물이 될 것이다. 하느님의 위로를 받을 것이다.

 

한 살 두 살 쌓여가는 나이 따라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슬퍼해야 한다. 밥술이나 뜨게 되었다고 소시민적 안온함에 젖어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위한 투신의 열정을 잃어버렸음을 슬퍼해야 한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TV와 화보를 통해 보아도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고 마는 습관적이고 무딘 마음들을 슬퍼해야 한다. 죽고 죽이는 전쟁의 비극을 그저 남의 집 불구경하듯 무심하게 바라보는 생각 없는 우리의 생각을 슬퍼해야 한다. 슬픔이 만연한 세상이다. 나의 슬픔, 너의 슬픔, 우리들의 슬픔에 눈물 흘리는 자, 그래서 가슴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의 위로가 함께 하기에.

 

다른 무엇보다도 슬퍼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우리 삶의 시간들이 하느님을 완전히 망각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의 마음을 잃어버린 너와 나, 그리고 이 세상은 약하고 가난한 이들의 눈물로 강을 이룰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꾸로 하느님을 잊고 살아가는 너와 나의 슬픈 눈물이 강을 이룰 때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 다시 당신의 마음을 되찾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은 마음껏 슬퍼하자. 또 슬퍼하자. 모든 것을 슬퍼하자. 가슴이 무너지도록.

메르스로 몸살 앓는 우리나라와 가여운 백성들을 위해서도 슬퍼하자. 마음이 부서지도록.

하느님의 위로를 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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