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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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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6-05 07:01

연중 9주 금요일(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2,750
김오석 라이문도

어찌하여 율법학자들은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느냐?”(마르12,36)

 

예수님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랜 외세의 지배와 고초를 겪고 있었다. 그들은 구약성경의 예언을 바탕으로 로마 식민 지배에서 자신들을 해방시키고 다시 한 번 다윗시대의 영광을 누리게 해줄 힘 있는 정치적 메시아를 기다렸다. 그 메시아는 당연히 다윗가문의 후손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런 메시아 대망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윗 자신이 성령의 도움으로 말하였다. “주님께서 내 주님께 말씀하셨다. ‘내 오른쪽에 앉아라. 내가 너의 원수들을 제 발아래 잡아 놓을 때까지.’”> (마르 12,36)

이처럼 다윗 스스로 메시아를 내 주님이라고 말하는데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이 될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이시다.

 

물론 예수님은 마리아의 아들이셨기에 다윗의 자손이시다. 다윗의 후손인 요셉이 양아버지가 됨으로서 다윗의 자손이 되신다.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이셨기에 다윗의 후손이 되신다. “그분께서는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셨습니다.”(로마 1,3)

 

결국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한 것은 다윗과 같은 메시아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윗의 자손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을 맞이하라고 하신 것이다. 메시아를 인간적 배경이나 정치적 권력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분명 다윗의 자손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하느님의 아들이셨다.

 

신앙은 나를 넘어선 경계 너머의 그 무엇, 즉 신적 신비를 볼 수 있는 눈을 필요로 한다. 거꾸로, 신앙은 자기 안을 성찰하지 않고 바깥으로만 눈을 돌릴 때 허상을 쫒기 쉽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다윗의 후손으로만 본 것은 보이는 현재에만 집착한 결과다.

 

보이는 현실만을 실재의 전부로 착각해서 보이는 것 너머의 신비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이 다윗의 자손인 것은 분명하나, 그분의 신적 본질은 다윗을 있게 한 하느님께 닿아있음을 아울러 볼 수 있어야 한다.

 

참 인간으로서 우리와 같은 시공간에 머무셨던 역사의 예수님, 그분의 태도와 품성을 바라보고 닮고자 하는 노력과 아울러 그분이 주님이시며 성자로 드높여진 신적 신비를 알아보는 믿음의 그리스도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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