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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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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6-02 23:51

연중 9주 화요일

2,295
김오석 라이문도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마르 12, 17)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은 예수님을 향하여 도발한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 하는가, 아니면 내지 않아야 하는가?’

사실 그들은 황제에게 세금을 내고 있었다. 그들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물어본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덫을 놓고 있는 중이었다.

세금을 내야 한다고 답하면 우상숭배자요 민족배반자로 몰아 부치고, 내지 말아야 한다고 답하면 세금납부 거부자로 고발할 심산이었다.

 

유다인들은 형상을 만드는 일 자체를 우상숭배의 일종으로 간주했으며, 더 나아가 당연히 흉상과 초상이 새겨진 것을 혐오하였다.

 

예수님은 그들의 덫에 빠져들 분이 아니시다.

세종대왕이 그려져 있는 화폐는 세종대왕의 것인가? : 아니다.

황제의 초상이 박힌 데나리온 주화가 황제의 것인가? : 아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황제의 초상이 그려진 데나리온 주화를 들고 유다인들에게 묻는다.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 유다인들의 답: “황제의 것입니다.”

예수님의 답: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초상과 글자는 황제의 것이되 돈은 황제의 것이 아니다. 돈은 소유자의 것일 뿐.

예수님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라고 했지 그 동전이 황제의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께 올가미 씌울 질문을 던진 유다인들을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동전을 황제의 것으로 생각하였다. 만일 유다인들이 이 동전이 카이사르의 것입니까?’라고 물었다면 예수님의 대답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내 것이 어디 있고 네 것이 어디 있는가? 천하를 천하에 감출 수 없는 법.

천하는 하느님의 것일 뿐이다. 다만 인간들이 금을 긋고 내 땅, 네 땅을 가르고, 주머니를 따로 차고 내 돈, 네 돈을 구분하는 것일 뿐.

그러므로 황제의 것도 있을 수 없다. 오직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만 자기 소유의 경계와 주머니가 생겨날 뿐임을 명심하자.

 

오늘은 필요한 사람에게 내 주머니를 비워 재물의 장소 이동을 행하는 하루가 되면 어떨까?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드리는 오늘이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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