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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6-01 00:04

연중 9주 월요일

2,202
김오석 라이문도

소작인들은 저자가 상속자다. , 저자를 죽여 버리자. 그러면 이 상속재산이 우리 차지가 될 것이다.”하고 말하였다.(마르 12,7)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다.

정말 지겹게도 기득권과 하느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고집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죽비와 같은 비유다. 이야기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간의 탐욕과 뻔뻔스러움과 적반하장, 그리고 호전적 잔인성에 대한 예수님의 철퇴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포도원 주인이 소작료를 받기위해 여러 번 종들을 보냈으나 소작인들은 합심 작당하여 종들을 매질하거나 빈손으로 돌려보내거나 머리를 쳐서 상처를 입히고 모욕하고 죽여 버렸다. 마지막으로 주인은 사랑하는 아들을 보냈으나 오히려 상속재산이 탐난 소작인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포도원 밖으로 버려졌다는 이야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그저 비유의 말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소위 야훼 하느님을 철저히 믿는다고 자부하는 눈먼 지배계층, 기득권자인 사두가이와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에 의해 저질러진 일들이다.

 

오늘날 우리 세상도 별반 다를 바 없다. 힘 있는 자들의 철저히 그릇된 자기 확신이 야기한 억지와 폭력은 후안무치한 거짓 논리를 앞세워, ‘아니다!’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을 짓밟고 상처를 입히고 죽이는 일들을 자행하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을 이루고 있다.

 

힘 있는 자들에 맞서 늘 지기만 하는 싸움에 오늘도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으로나마 기도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지기만 하는 싸움!’, 그런 싸움에 결기를 세우며 나서는 시대의 파수꾼을 응원하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나아가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그런 싸움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청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르 12,10-11)라고 찬양받는 그런 분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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