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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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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5-30 02:20

연중 8주 토요일

2,573
김오석 라이문도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마르 11,28)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마르 11,30)

모르겠소.”(마르 11,33)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마르 11,33)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성전 뜰을 걷고 있던 예수님께 다가와 따진다. ‘무슨 권한으로 성전의 좌판들을 뒤집어엎고 장사치들을 쫒아내고 감히 성전을 일컬어 강도들의 소굴이라고 하느냐?’(마르 11,15-19 참조)

 

이 질문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고 있던 그들의 올가미였다. 아무런 권한 없이 감히 성전에서 난동을 피운 것이라면 무자격의 이유를 들어, 하느님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하면 신성모독으로 예수님을 궁지에 빠뜨릴 심산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올가미를 다시 그들에게 되돌려 주신다.

 

당시 군중들이 참 예언자로 여기던 세례자 요한이 어떤 권한으로 세례 운동을 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하느님에게서 나온 권한으로 요한이 세례를 준다고 답하면 요한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신들이 하느님께 대한 불신의 죄를 범하는 것이 되고, 사람에게서 왔다고 하면 요한을 참 예언자로 여기던 군중이 자신들에게 대들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비겁하고 자기 앞가림에 약삭빠른 기득권자들은 도망가는 것도 잽싸다. 부끄러움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모습이다. “모르겠소.”

예수님께서 답하시길,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지배자들 즉 권력과 기득권을 쥐고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심이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던가? 아무리 막대한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도 대다수 민중들의 마음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누르면 누를수록 그 반작용의 힘이 훨씬 커진다는 것을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사회 민심은 무엇인가? 다른 의견을 백번 감안하더라도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아직 피어나지 못한 우리 아들딸들의 죽음의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제때 구하지 못한 책임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범 정부차원에서 세워야 하고, 단장의 아픔을 지니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모들로 하여금 마음껏 애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도대체 드러내지 못하고 감추어야 할 치부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권력은 이 일에 딴지를 거는걸까?

 

제발 위법과 탐욕으로 얼룩진 과거를 지닌 그런 사람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과 도덕성을 지닌 사람이 국가의 주요직책을 맡게 할 수는 없는 걸까? 사람이 그렇게 없는가?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우리들의 책임이다. 의사 표현도, 항의도 저항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직 내 앞가림에 급급한 우리들의 잘못이다. 권력이 반성하고 성찰할 기회를 백성들이 주지 않는다고, 결국 이렇게 계속가면 실패한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집권당의 중진 정치인도 있는 형국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이래저래 죽을 쑤는 정권이 선거만 치루면 이기는 것을 빗댄 이야기다.)

 

주님, 오늘 이 땅의 권력자가 모르겠소.’하며 비겁하게 발뺌하지 않고 백성들의 마음을 읽고 당신의 뜻을 헤아려 진리와 자유, 정의에 입각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깨우침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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