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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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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6-02-10 22:17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2,394
김오석 라이문도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가 9,23)

 


스승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은,

첫째, 자신을 버릴 것.

둘째,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질 것이다.

 


따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외적 사물이나 조건이 아니라 자신이다. 나의 자존심과 내가 가고 싶은 길에 대한 욕심과 집착은 쉽게 스승의 뒷모습을 놓치게 한다. ‘가 꼿꼿하게 머리를 쳐들게 되면 결국 그 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자신을 버린다.’는 의미는 자신을 부정한다.’는 것이고, 자신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제자 됨의 삶이란 자신의 바람과 의지를 관철시키는 삶이 아니라 예수님의 뜻을 늘 자신의 것보다 앞세우고 실천하는 삶이다.

 


이기적 개인주의가 시대적 흐름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자신의 뜻과 이익을 포기하고 오직 복음의 가치대로 살고자 하는 지향은 생뚱맞게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길을 알고 있는 신앙인의 선택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가 아니라 스승이신 예수님이 가야할 이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모든 피조물의 운명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자기 자리에서 감당해야만 할 삶의 무게가 있다. 십자가란 한번 지고 나면 해소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운명처럼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저 주어진 것만을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십자가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면 나의 몫이 아닌 십자가일지라도, 자발적 적극적으로 내 어깨에 짊어질 때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 본래 뜻이 내안에서 현실이 된다. 십자가를 지는 삶은 순교의 삶이다. 신앙 때문에 피 흘려 죽음을 감당하는 적색 순교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삶 속에서 기꺼이 작은 사랑의 실천을 위해 희생타가 되고 손해 보는 삶을 기꺼워하며, 인내하고 사랑하는 백색 순교의 삶이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십자가를 진다고 하는 것은 자신을 끊임없이 하느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모든 소유를 자기의 것이라고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나 혼자 살겠다고 이웃을 모른 체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헤아리며 기분 좋게 하루를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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