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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2-05 22:55

연중 4주 토요일

3,434
김오석 라이문도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셨다.”(마르 6,31)

 


물려받은 재산 변변치 못하고,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생이란 어찌 보면 무척 단순하다. 학창 시절 지나 철들어 결혼하고 가정을 갖고 그저 앞만 보고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그럭저럭 가족들의 호구를 꾸릴 수 있는 형편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하긴 요즘 3포시대(연애, 결혼, 출산)니 혹은 5포시대(추가: 인간관계, 내 집)니 하여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을 맛보는 청년들이 부지기수 인지라 그마저도 축복이다.

 


물론 그런 인생 자체가 보통의 소시민이 누리는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버튼 하나 누르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하는 기계가 아닌지라, 등골이 휘어지도록 고생만 한 삶이 마냥 행복했었다고 말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하긴 그 누군들 한적하고 외딴 곳에 가서 세상만사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없을 까닭이 없겠으나 그런 여유를 쉽게 자주 가질 수 없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오늘을 사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제자들도 사실 이러한 우리 인생과 별로 다르지 않았음을 보게 된다. 밥 먹을 틈도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지친 심신을 좀 쉬려고 한적한 곳으로 가서 좀 쉬려고, 배를 타고 움직였던 예수님의 일행은 육로로 앞질러 와 기다리고 있는 목자 없는 양과 같은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을 가르치고 돌보아 주신다. 휴가 계획을 기꺼이 포기하고 목마름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측은히 여기고 그들의 갈망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모든 부모들이 칭얼대는 자녀들의 요구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 것처럼, 예수님 역시 당신을 따르고 당신께 희망을 거는 가난한 이들,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 삶에 지쳐 예수님을 따라 온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치유 안에서 오늘 참된 휴식과 마음의 평화를 누렸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편안하게 쉬는 것 역시 소중하다. 하지만 예수님과 함께 하는 쉼이 아니라 돈으로 도배질하는 휴식은 결코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일과 휴식 어느 것을 하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첫 자리에 둔다면 우리의 삶은 자연히 생기 넘치게 될 것이다. 고단한 인생살이지만 주어지는 짧고 달콤한 휴식의 시간을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고 노래 부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믿음으로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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